창공의 설

창의공학설계교육에 대한 說 (주종남)

  • 1창공의 목적

창의설계 교육의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우리 학생들이 실제로 어떤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만들어서 실행까지 해볼 수 있는 과정을 겪어보도록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창의적인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보라는 것입니다. 이 교육을 하다 보면 뭔가 기발한 아이디어들도 나오고 그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서로 배우게 되죠. 
지금까지 결과를 평가해보자면, 첫 번째 목적은 완벽히 달성했다고 보는데, 두 번째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 1처음 창공을 시작할 때

MIT에 비슷한 과목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저런 교육이 꼭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죠. 미국 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만들어보는 경험을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까지 뭔가를 만들어본 경험이 전혀 없이 매일 문제만 풀다가 대학에 들어오지 않습니까? 

  • 1시행착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이런 교육을 시도한 학교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습니다. 처음에는 장소도 없어서 밖에 버려져 있던 책상들을 복도로 가져와서 복도에서 수업을 시작했어요. 1993년 서울대학교 문화관에서 콘테스트를 할 때는 기업으로부터 지원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기자들을 불러서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처음 3~4년 동안 고생하면서 점점 정착하게 되자, 나중에는 학교에서 공간도 내어주고 재료비도 마련해 주어서 지금의 '공장형 실험실'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 1문제를 만드는 어려움

처음에는 수업할 문제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에게 과제를 줄 때, 모든 학생이 다 할 수 있을 만큼 너무 쉬워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 내서 아무도 못해내도 안 되죠. 어렵지만 열심히 하면 해결할 정도의 과제를 주어여 합니다. 그래야 변별력도 생기죠. 그런 문제를 내는 게 어려워서 첫해에는 학생들과 제가 같이 헤매었습니다. 

  • 1우연찮은 계기로

제가 서울대학교로 부임해 온 해에 일본 NHK에서 주관하여 도쿄공업대학, MIT, 캠브리지대학 학생들이 로봇을 직접 만드는 과목을 같이 개설해서 결과를 가지고 한데 모여 콘테스트를 하자는 기획이 있었는데 서울대도 참여하겠느냐고 물어왔어요. 그 기회에 과목을 개설하게 된 거죠. 

  • 1창의성 vs 성실성

창의성을 키운다는 것과 기계의 특성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어요. 기계 분야에서는 대개는 기발한 것들이 기계 성능의 관점에서 보면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거든요. 그동안 검증된 방법으로 만든 것들이 오히려 결과가 더 좋죠. 그동안 검증된 방법으로 만든 것과 비교할 때 성능이 떨어지는 데도 기발하다는 이유만으로 점수를 더 줄 수는 없습니다. 기계 분야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보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자세가 더 중요한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두가지 기준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도 저로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난제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렇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내보고 실패도 하면서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상당히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 1전국 대학으로 전파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서울공대가 한국에서 유일하게 이런 수업을 시도하였습니다.  제가 공학교육학회에서 이와 관련해서 발표하면서 타 대학으로 전파되기도 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새로 시작하는 학교들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기자재들을 대여해 주기도 했습니다. 

  • 1창공 다음 진도를 나가라

창공은 1학년으로 들어와서 맛보기로 기계라는 것이 뭔지 한번 느껴보라는 취지에서 개설된 과목입니다. 3학년 때는 프로젝트 수업을, 4학년 때는 캡스톤 디자인  과목을, 졸업논문은 회사와 연관된 과목을 하려고 하는데 아직은 일부만 실행하고 있습니다. 4학년 때 이런 과목을 하려면 교수들이 밀착 지도해 주어야 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아주 많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 1창공은 학생을 변화시킨다

한 학기 지나면 변하는 게 보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거의 실물을 만져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이 자극을 많이 받는 거 같아요. 

수업에 사용된 부품들은 다음 학기에 재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만든 작품들을 학기 말에 모두 분해해서 수거해야 하는데요, 그동안 굉장히 고생하면서 완성한 작품들이라 학생들이 애착이 생겨서 차마 분해를 못하더라구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학생들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죠. 

창의교육은 사실 개념 자체만 보면 기계과뿐 아니라 공학을 전공하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수업을 통해 뭔가 만들어보는 경험을 해보면서, 학생들이 점점 용감해지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